지난 토요일에 영화관에서 '도어락'을 보고 왔다. 딱히 보고 싶은 영화는 없었지만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보게 된 영화로서 사전에 정보도 없었고, 기대도 안 했던지라 나름 흥미 있게 보고 나왔다. 여배우 공효진을 원탑으로 한 영화로서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구성과 시종일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나름대로의 스릴러 영화로서 제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나중에 든 생각인데, 약간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니 심각하게 볼 수는 없지만 한번 되짚어 볼만하지는 않을까?
출처 - 네어버 영화 '도어락'
은행 계약직 직원인 조경민(공효진)은 정규직을 꿈꾸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1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살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던 중, 밤늦게 누군가가 도어락을 열어 보려고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경찰에 신고도 하고, 오피스텔 CCTV를 살펴보기도 하는 등의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던 중에 뜻하지 않은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영화의 내용이나 범인은 좀 더 주의 깊게 생각하면 유추가 가능하다. 즉, 내용이나 범인을 찾는 것보다는 그것을 표현하는 영상과 효과음이 인상적이다. 스릴러 영화답게 시종일관 어둡고, 무거운 영상미로 관중의 긴장감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또한 나약한 주인공보다는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강한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 여기서 하나 생각난 것이 있는데, 이는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 우연찮게 든 생각이다. 왜 여주인공을 도와주는 인물들은 다 여성이고, 괴롭히고 불편하게 하는 인물들은 다 남성이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도어락'
위에서 제기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유일한 조력자(여성)인 오효주(김예원)는 조경민(공효진)을 위해 헌신을 다한다. 은행에서나 살인 사건에 엮여 곤경에 처할 때나 항상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이와 반대로 도어락에 나오는 남성 출연자는 주인공(공효진)을 불편하게 하거나 폭력적으로 그려진다. 그럼 하나하나 살펴보자.
김기정(조복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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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조절장애자처럼 보인다. 작은 일에 화를 추체 하지 못하고, 이를 폭력으로 해결하는 듯하다. 주인공인 조경민(공효진)을 괴롭히는 악질적인 역할로 나온다. 그래서 살인범으로 오해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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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이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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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사람 좋고, 인기 좋은 과장으로 나온다. 하지만 친절함 뒤에 다른 면(?)이 보인다고 할까? 조경민(공효진)의 지갑을 돌려주기 위해 오피스텔을 방문했을 때, 어떻게 알고 왔냐는 주인공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는지 의문이다. 결국 주인공의 오피스텔에서 살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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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김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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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은행 차장으로서 열심히 일해 정규직이 유력한 주인공에게 무기계약직을 제안하고, 김성호 과정의 살인사건에 엮이게 된 조경민(공효진)에게 퇴사를 종용하는 등 불편한 행동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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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사(김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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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주인공과 불편한 사이로 나오지만 그나마 주인공의 편으로 돌아서는 역할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주인공을 김성호 살인의 공범으로 생각하거나 주인공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또 다른 사건 때에는 상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다그친다. 마지막에는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지만 처음부터 주인공을 믿어주지 못했는지 이해 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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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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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으로 주인공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의 관리인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주인공의 집에 숨어사는 사이코패스로서 여성만을 대상으로 살인을 벌이는 나쁜 놈이다. |
출처 - 네이버 영화 '도어락'
요즘 남성 혐오, 여성 혐오로 시끄러운 세상이다. 이러한 와중에 약자인 여성 주인공을 앞세우고, 주위에는 여성 주인공을 괴롭히는 남성 역할들을 배치시킨 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영화로만 봐야 하지만 어쩐지 찜찜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는 것 같다. 판단은 영화를 보신 모든 분들의 몫인 거 같다.
"영화 자제는 재미있다. 하지만 뒷맛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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